Bloghansangyou in # blurt • 10 hr. ago • 1 min read경계선---후안 헬만--- 누가 말한 적 있나, 여기까지가 목마름, 여기까지가 물이라고? 누가 말한 적 있나, 여기까지가 공기, 여기까지가 불이라고? 누가 말한 적 있나, 여기까지가 사랑, 여기가지가 증오라고? 누가 말한 적 있나, 여기가지가 사람, 여기까지는 아니라고? 희망만이 말끔한 무릎을 가지고 있다. 그 무릎에 피가 흐른다.hansangyou in # blurt • 1 day ago • 1 min read가을비---신 경 림--- 젖은 나뭇잎이 날아와 유리창에 달라붙는 간이역에는 차시간이 되도 손님이 없다 플라타너스로 가려진 낡은 목조 찻집 차 나르는 소녀의 머리칼에서는 풀냄새가 나겠지 오늘 집에 가면 헌 난로에 불을 당겨 먼저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셔야지 빗물에 젖은 유행가 가락을 떠밀며 화물차 언덕을 돌아 뒤뚱거리며 들어설 제 붉고 푸른 깃발을 흔드는 늙은 역무원 굽은 등에 흩뿌리는 가을비hansangyou in # blurt • 2 days ago • 1 min read단풍나무 아래서---이 해 인--- 단풍나무 아래서 사랑하는 이를 생각하다 문득 그가 보고 싶을 적엔 단풍나무 아래로 오세요 마음속 가득 찬 말들이 잘 표현되지 않아 안타까울 때도 단풍나무 아래로 오세요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세상과 사람을 향한 그리움이 저절로 기도가 되는 단풍나무 아래서 하늘을 보면 행복합니다 별을 닮은 단풍잎들의 황홀한 웃음에 취해 나의 남은 세월 모두가 사랑으로 물드는 기쁨이여hansangyou in # blurt • 3 days ago • 1 min read숲---맹 문 재--- 흔들릴 때마다 마을이 가렸다 보인다 산등성이 닫혔다 열린다 손짓이랄 수도 춤이랄 수도 있는 몸짓 있던 자리는 여백이지만 있는 자리는 마냥 푸르다 뿌리마저 흔들린 엉성한 까치집도 기왓장처럼 단단하다 바위를 흔드는 바람에도 부풀어오르지 않고 낙엽 번지는 소리 조용히 품는다hansangyou in # blurt • 4 days ago • 1 min read가을비---최 영 미--- 내 불면 속으로 걸어 들어오는 발자국 소리 사나운 서른여섯 해를 잠재웠던 입맞춤 그 밤은 다시 오지 않는다고 속삭이네, 아우성치네 환멸의 수의를 입고 와 주룩주룩, 밤의 창문에 엉겨붙네 사납게 휘몰아쳐 내 목을 조이는 그 빗소리, 나 못 듣겠네 미친 사랑노래가 벼락을 맞고 비틀거리네 가! 가! 저 환장할 가을비 내 불면 속으로 쳐들어오는 이여hansangyou in # blurt • 5 days ago • 2 min read10월---엄 원 태--- 단풍은 며칠 전 주차장 입구 잘생긴 느티나무에 세 들었다 짙은 그늘 덕분인지, 유난히 붉었다 나무는 이따금 지나는 바람에 석양의 새떼 같은 이파리들을 우수수 떨궈놓곤 했다 커다란 포대에 낙엽을 쓸어 담는 사내는 땅 위에 붓질하듯 비질하는데, 박살난 생활의 접시 조각을 쓰레받기로 쓸어 담아본 적은 누구에게나 있을 테지만, 달리 그 무슨 대책 같은 건 있을 리가 없겠다 싶었다 바람이 좀더 세게 연이어 불어대자 사내는 이윽고 허리를 펴고, 고개를 천천히 들어, 낙엽의 서늘한 향연을 그저 한참 동안 멍하니 감상하고 있다 떨어지는 잎들을 흠씬 맞고 서 있었다 가만히…hansangyou in # blurt • 6 days ago • 1 min read가을날 맑아---나 태 주--- 잊었던 음악을 듣는다 잊었던 골목을 찾고 잊었던 구름을 찾고 잊었던 너를 찾는다 아, 너 거기 그렇게 있어 줘서 얼마나 고마운가 좋은가 나도 여기 그대로 있단다 안심해라 손을 흔든다.hansangyou in # blurt • 7 days ago • 1 min read누구신가---김 진 경--- 오래 비 내리다 개어가는 밤하늘 먹구름 치마 젖히고 별밭 한 자락 펼치시는 그대는 누구신가? 오래 먹구름 속을 지나온 그대의 마음처럼 비에 젖어 새로운 치자꽃 향기 먼 별빛처럼 아득히 풍겨온다hansangyou in # blurt • 8 days ago • 2 min read시월---나 희 덕--- 산에 와 생각합니다 바위가 산문을 여는 여기 언젠가 당신이 왔던 건 아닐까 하고, 머루 한 가지 꺾어 물 위로 무심히 띄워보내며 붉게 물드는 계곡을 바라보지 않았을까 하고, 잎을 깨치고 내려오는 저 햇살 당신 어깨에도 내렸으리라고, 산기슭에 걸터앉아 피웠을 담배연기 저 떠도는 구름이 되었으리라고, 새삼 골짜기에 싸여 생각하는 것은 내가 벗하여 살 이름 머루나 다래, 물든 잎사귀와 물, 산문을 열고 제몸을 여는 바위, 도토리, 청설모, 쑥부쟁이 뿐이어서 당신 이름 뿐이어서 단풍 곁에 서 있다가 나도 따라 붉어져 물 위로 흘러내리면…hansangyou in # blurt • 9 days ago • 1 min read갈잎은---한 상 유--- 떨어지며 제 몸에 부딪고 오르는 바람에 부딪고 울리는 햇발에 부딪고 저들끼리 부딪고 무정하게 돌아선 뒷모습에 부딪고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길에 부딪고 푸르무레한 빛 언뜻 주저앉아버린 높이에 부딪고 또 부질없이 흐려지는 눈길에 부딪고 하냥 은행나무 잎 밤나무에 부딪고 오디나무 잎 찔레꽃 아문 자리에 부딪고 쓸리는hansangyou in # blurt • 10 days ago • 1 min read가을 하늘의 화두---정 연 복--- 파란 가을 하늘에 흘러가는 구름을 보면 그냥 마음이 편안하다 몸은 비록 지상에 매여 있어도 내 마음 내 영혼은 문득 한 점 구름이 된다 삶은 흐르는 것 구름같이 흘러 흘러서 가는 것 가을 하늘이 툭 벼락같이 던지는 화두다hansangyou in # blurt • 11 days ago • 1 min read가을 햇볕---안 도 현--- 가을 햇볕 한마당 고추 말리는 마을 지나가면 가슴이 뛴다 아가야 저렇게 맵게 살아야 한다 호호 눈물 빠지며 밥 비벼먹는 고추장도 되고 그럴 때 속을 달래는 찬물의 빛나는 사랑도 되고hansangyou in # blurt • 12 days ago • 1 min read가을---정 호 승--- 돌아보지 마라 누구든 돌아보는 얼굴은 슬프다 돌아보지 마라 지리산 능선들이 손수건을 꺼내 운다 인생의 거지들이 지리산에 기대앉아 잠시 가을에 기대고 있을 뿐 돌아보지 마라 아직 지리산이 된 사람은 없다hansangyou in # blurt • 13 days ago • 1 min read산유화---김 소 월---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요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hansangyou in # blurt • 14 days ago • 1 min read나뭇잎 러브레터---이 해 인--- 당신이 내게 주신 나뭇잎 한 장이 나의 가을을 사랑으로 물들입니다 나뭇잎에 들어 있는 바람과 햇빛과 별빛과 달빛의 이야기를 풀어서 읽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한 장의 나뭇잎은 또 다른 당신과 나의 모습이지요? 이 가을엔 나도 나뭇잎 한 장으로 많은 벗들에게 고마움의 러브레터를 쓰겠습니다hansangyou in # blurt • 15 days ago • 2 min read강우---김 춘 수--- 조금 전까지 거기 있었는데 어디로 갔나, 밥상은 차려놓고 어디로 갔나, 넙치 지짐이 맵싸한 냄새가 코를 맵싸하게 하는데 어디로 갔나, 이 사람이 갑자기 왜 말이 없나, 내 목소리는 메아리가 되어 되돌아온다. 내 목소리만 내 귀에 들린다. 이 사람이 어디 가서 잠시 누웠나, 옆구리 담괴가 다시 도졌나, 아니 아니 이번에는 그게 아닌가 보다. 한 뼘 두 뼘 어둠을 적시며 비가 온다. 혹시나 하고 나는 밖을 기웃거린다. 나는 풀이 죽는다. 빗발은 한 치 앞을 못 보게 한다. 왠지 느닷없이 그렇게 퍼붓는다. 지금은 어쩔 수가 없다고,hansangyou in # blurt • 16 days ago • 1 min read시월에---문 태 준--- 오이는 아주 늙고 토란잎은 매우 시들었다 산 밑에는 노란 감국화가 한 무더기 헤죽, 헤죽 웃는다 웃음이 가시는 입가에 잔주름이 자글자글하다 꽃잎이 사그라들고 있다 들길을 걸어가며 한 팔이 뺨을 어루만지는 사이에도 다른 팔이 계속 위아래로 흔들면서 따라왔다는 걸 문득 알았다 집에 와 물에 찬밥을 둘둘 말아 오물거리는데 눈구멍에서 눈물이 돌고 돌다 시월은 헐린 제비집 자리 같다 아, 오늘은 시월처럼 집에 아무도 없다hansangyou in # blurt • 17 days ago • 1 min read낙엽---정 현 종--- 사람들 발길이 낸 길을 덮은 낙엽이여 의도한 듯이 길들을 지운 낙엽이여 길을 잘 보여주는구나 마침내 네가 길이로구나hansangyou in # blurt • 18 days ago • 1 min read가을---이 정 하--- 가을은 그냥 오지 않습니다 세상 모든 것들을 물들이며 옵니다 그래서 가을이 오면 모두가 닮아 갑니다 내 삶을 물들이던 당신 당신은 지금 어디쯤 오고 있나요? 벌써부터 나, 당신에게 이렇게 물들어 있는데 당신과 이렇게 닮아 있는데hansangyou in # blurt • 19 days ago • 2 min read가을에는---최 영 미--- 내가 그를 사랑한 것도 아닌데 미칠 듯 그리워질 때가 있다 바람의 손으로 가지런히 풀어놓은, 뭉게구름도 아니다 양떼구름도 새털구름도 아니다 아무 모양도 만들지 못하고 이리저리 찢어지는 구름을 보노라면 내가 그를 그리워한 것도 아닌데 그가 내 속에 들어온다 뭉게뭉게 피어나 양떼처럼 모여 새털처럼 가지런히 접히진 않더라도 유리창에 우연히 편집된 가을 하늘처럼 한 남자의 전부가 가슴에 뭉클 박힐 때가 있다 무작정 눈물이 날 때가 있다 가을에는, 오늘처럼 곱고 투명한 가을에는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표정으로 문턱을 넘어와 엉금엉금, 그가 내 곁에 앉는다 그럴 때면 그만…